지난 5월 처음으로 세종시에 가게 되었다. 세종시가 행정복합중심도시라는 이름으로 태동을 준비하던 노무현 정부 시절, 나는 건립추진위원회의 위원이었다. 위원회에서 도시설계 기본개념을 국제공모로 선정하기로 했을 때,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라는 미국의 진보적 도시사회학자를 심사위원으로 나는 적극 추천했는데, 다원적 민주주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가치의 도시형태를 주장하는 그의 글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랜드마크나 스펙타클한 시설을 통해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부질없는 환상일 뿐이며 도시의 일상 속에서 발생하는 서사적 사건이 훨씬 우리의 삶에 중요하다고 했다. 미학적 논리로 도시를 만들기보다는 도시 공간이 가지는 사회적 문제나 제도의 윤리적 측면에서 도시를 보아야 한다고 주..